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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심리상담

청소년심리상담 _ 상담의 초기단계 사례개념화

by 토끼와비버 2024. 12. 29.

사례개념화

1. 사례개념화

  사례개념화란 내담자의 문제점과 원인에 대하여 상담자가 도출해 낸 이론적인 설명을 말합니다. 내담자와 관련된 정보를 토대로 상담자의 이론적인 지식과 임상적인 경험을 활용하여 내담자의 문제의 성격과 원인에 대해 일련의 가설을 세우는 것을 뜻합니다. 사례개념화에는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것 뿐만 아니라 가설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상담자가 세운 가설은 상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추가적인 정보에 따라서 언제든지 수정하고 보완될 수 있습니다. 가설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반응과 추가적인 정보, 수퍼바이저 혹은 동료들과의 논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례개념화를 수행하는 과정은 먼저 내담자의 주 호소 문제를 구체화하고, 호소하는 문제의 촉발 요인을 구체화하며 호소 문제를 유지하는 요인을 구체화합니다. 그다음 사례개념화 진술문을 작성하게 됩니다. 사례에 대한 개념을 형성한다는 것은 내담자의 문제와 증상에 관한 여러 가지 변인 간의 관계를 이론적인 틀에 맞추어서 통합적으로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자아의 힘을 키우고 점진적으로 자신에 대한 자각의 폭을 넓혀 가면서 통찰하게 될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만나 정보를 얻게 되는 첫 순간부터 사례개념화를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사례개념화는 내담자에 관한 정보가 누적되어 감에 따라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으로서 상담자는 자신이 형성한 사례개념화를 바탕으로 상담의 목표와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2. 사례개념화를 만드는 과정

  사례개념화는 초기에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형성한 것이므로 내담자의 문제에 관한 잠정적인 가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초기 상담에서 얻은 정보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상담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게 되면 사례개념화가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사례개념화는 상담이 성공적으로 종결될 때 완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가 초기 상담의 끝부분에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종합하여 임시로 사례개념화를 구성하는 것은 상담의 방향성을 정하고, 상담이 산만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상담자는 상담을 지도받거나 발표할 때뿐만 아니라 만나는 모든 내담자에 대해 사례를 개념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례를 개념화한다는 것은 면담 초기에 내담자의 문제를 규명하고 문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경위를 파악하고, 과거의 성장 과정과 가족관계, 내담자의 성격 특성 등을 탐색하여, 내담자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발전 또는 유지, 보호하는 데 기여하는 변인들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상담자는 완성된 사례개념화에 대한 틀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 정신병리와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인들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사례개념화는 내담자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감정들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며, 내담자가 자신의 깊은 문제에 대한 단서를 얼마나 제공하는지, 그리고 상담자의 지식과 역량, 지각적 능력과 경험 등에 좌우됩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습관적 행동이나 사고 패턴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아직은 가능하지 않으며, 상담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자신을 직면하고 정직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성격의 억압된 측면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내담자는 상담자에 대한 신뢰가 깊어질 때 비로소 자신의 비밀 증상과 습관, 환상 등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또한 자기 인식이 커져가면서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하게 되므로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등 새로운 정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상담을 진행해 나간다는 것은 사례개념화를 완성시켜가는 과정인 동시에 가설로써의 사례개념화를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3. 사례개념화와 상담자의 이론적 입장

  사례개념화는 정신분석의 역동적 공식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동적 공식화란 현재의 증상과 문제를 존재하도록 이끈 내담자의 심리구조물인 원초아, 자아, 초자아 간의 갈등과 방어체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분석적 진단입니다. 다른 심리학 이론에서도 나름대로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는 개념 틀을 활용하여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사례개념화는 상담자의 선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립될 수 있으며, 동일한 내담자에 대한 사례개념화도 상담자의 이론적 배경과 교육 분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이론적 배경에 근거한 치료적인 개입들의 성과와 효율성입니다. 상담 사례의 개념화는 상담자의 상담이론과 접근에 따라 좌우됩니다. 정신역동 이론은 무의식적인 과정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며 행동주의 이론은 심리 내적 사건보다는 환경적인 사건, 개인의 학습경험, 자극과 반응의 연합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지 상담 이론의 경우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역기능적인 사고와 신념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중심 이론은 자기실현의 욕구와 그것을 방해하는 외적 조건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춥니다. 과정기반개입모형은 변화 촉진 5가지 요소 중 정서접촉(반응적 정서), 자기호가인(추구하는 것), 행동, 사고, 관계패턴(추구방식)에 초점을 둔 모형입니다.

  상담자의 교육 배경과 이론적 입장에 따라 사례개념화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청소년이 발표수업을 앞두고 긴장과 불안, 두통 및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에 상담사A는 발표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증상이 생기는 것을 보고 그의 문제를 '무대 공포증'으로 개념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발표 경험이 증상을 제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발표 준비와 발표 경험을 체계적으로 연습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상담사B는 적성검사를 통해 내담자가 대중 연설에 적성이 없고 발표 기술이 부족하다고 진단하여 발표력 훈련에 중점을 둘 수 있습니다. 상담사C는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발표 과제에 대한 적절한 준비 부족으로 진단하여 발표문 작성을 잘 준비하도록 도울 것이고 상담사D는 행동치료의 입장에서 자기주장 훈련을 통해 주장적 행동을 조성하고, 대중 연설의 기회에 빈번하게 노출시키면서 발표공포증을 둔감화하려고 할 것입니다.

4. 성격 및 정신병리와 관련되는 변인

  내담자가 상담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올 지 상담사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미지의 내담자가 가지고 올 미지의 문제의 본질을 잘 알아내기 위해서 상담자는 정신병리와 이상심리에 대한 내용을 충실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담자의 성장 발달 및 정신병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주요 호소 내용만 듣는 것으로 부족하며, 내담자의 성격과 개인력, 성장력, 병력, 대인관계 특성 및 가족력 등 내담자의 문제와 증상에 기여하는 관련 정보들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병원 정신과에서는 내담자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미국정신의학회에서 편찬한 DSM에서 제시하는 분류를 이용합니다.

  워너(Wenar, 1994)는 정신병리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에 관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정신병리의 위험요인, 취약요인, 보호요인 및 보호기제로 구분하였습니다. 위험요인은 정신병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이나 상황으로, 장애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낮은 지능, 낮은 자기존중감과 자기효능감, 미숙하거나 낮은 자기 통제력, 불안정적인 부모 애착관계, 가족 간의 불화, 학대와 방임, 나쁜 또래관계 등이 있습니다. 취약요인은 위험을 매개하거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위험에 대한 반응을 강하게 하는 요인들입니다. 예를 들면 나쁜 부모-자녀 관계, 애정적 양육의 결핍, 긍정적 학교 경험의 결핍 등이 있습니다. 보호요인은 건강한 발달을 유지하고 촉진시키는 요인들로서 평균 이상의 지능, 유능한 문제해결력, 사교적 성향,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양육, 유능한 성인 역할 모델 등이 있습니다. 보호요인이 있는 경우 위험에 대해 탄력적이며 장애의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