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야기 풀어가기
상담시간은 내담자의 시간이므로 상담자는 내담자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입을 해야 합니다. 상담자는 자신의 욕구와 감정 그리고 습관적인 반응 방식을 자제하고, 내담자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내담자를 드러내면서 내담자의 목표 달성을 위한 개입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중기상담부터는 대화의 주제를 정하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내담자이며, 상담자는 내담자가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도록 구조화할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충분하게, 그리고 온전하게 할 수 있도록 심적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야기가 끝났는지 확인하고, 그 메세지의 핵심을 요약하고 반영하여 상담자가 내담자의 말을 잘 이해했는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만약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 내담자에게 수정할 기회를 주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집중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내담자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상담자가 내담자의 말을 중간에 끊고 개입하게 되면 내담자가 하려는 이야기의 흐름이 방해되고 맥이 끊기게 되며 이야기에 대한 자율권이 침해받게 됩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하며, 다 듣고도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이야기가 끝난 뒤 질문하여 보충합니다. 내담자의 이야기 중 생략되었거나 모호한 부분에 대해 상담자가 하는 질문은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을 더 알차게 조직하여 전달하는 역량을 길러주며 그 자체만으로 치료적입니다. 상담자가 하고 있는 말들 중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말들도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나 치료적 효과는 없고 오히려 역기능적인 영향을 미치는 발언입니다. 말할 필요가 없는 말에는 내담자의 경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탐색적 효과도 없고, 내담자가 한 이야기를 요약하거나 정리하거나 소화하는 측면도 없으며,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생각을 이끌어 내도록 자극하는 측면도 없고, 내담자의 갈등을 대비시켜 주어 극복하도록 이끄는 효과도 없는 그 어떤 치료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발언들입니다.
2. 촉진적인 자극
이야기를 곧잘 하던 내담자들도 때로는 이야기가 막히거나 생각이 전개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담자가 불편해한다고 해서 상담자가 관심을 갖는 다른 주제를 제안하거나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는 것은 치료적이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막힐 때에 상담자는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해결책을 끌어내고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용하며 때로는 침묵도 허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말이 막힐 때 내담자를 힘 있게 받쳐주고 인내하며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말없이 침묵 속에서 당당하고 힘 있는 태도와 내담자에게 온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면 내담자는 편안하게 자신의 내면을 탐색할 수 있으며 원하는 주제를 결국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내담자가 하던 이야기가 막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이유건 내담자의 침묵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침묵을 하는 이유를 탐색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3. 내담자의 침묵 다루기
내담자의 침묵을 다루는 방법은 먼저 충분히 기다린 다음 "으음"이나 "네에"라고 말하고 기다립니다. 또는 내담자가 말했는 마지막 몇 단어를 강조하여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담자가 침묵할 경우 내담자가 마지막으로 말한 문장 전체를 강조하여 반복합니다. 그럼에도 말을 안 하면 내담자가 이야기한 마지막 부분의 전체 내용을 요약해 주며 무언가 다른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런데?", "그래서?"와 같이 질문식으로 말합니다. 그럼에도 내담자가 여전히 침묵한다면 "이야기하기가 어려운가 보군요"라며 관심의 초점을 말 막힘에 둡니다. "왜 침묵을 하는지 궁금하군요", "침묵하는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등의 질문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혹시 속으로 당혹감을 느끼시는 건가요?"라고 묻고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면 내담자의 저항을 직접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내기가 두려운가 보군요.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할 때 혹시 내가 어찌 받아들일지가 마음에 걸리는지도 모르겠고... 혹시 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라고 질문합니다. 매우 극단적으로 드문 경우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다면 상담자는 내담자의 침묵을 존중하고서 그와 함께 앉아 있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내담자를 꾸짖거나 거부하거나 화를 내지 않도록 합니다.
침묵을 다루는 핵심은 내담자의 이야기 주제에 대해 상담자가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만 침묵이 극단적으로 길어질 때에 한하여 주제를 침묵하게 되는 흐름을 알아보는 쪽으로 나아가며, 상담자에 의한 주제 전환은 없습니다. 내담자가 만일 오랜 침묵 끝에 주제를 바꾸어 이야기한다면 상담자는 바뀐 주제가 침묵 직전에 하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담자는 중요한 내용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방어나 회피로 주제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라면 상담자는 내담자가 좀 더 직면하도록 격려하는 개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생각이 전개되지 않아 대안적인 이야기를 하기로 내담자가 스스로 결정하여 주제를 바꾼 것이라면 상담자는 그것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4. 상담자의 질문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 중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상담이란 진실을 추구하며 진실에 접근하는 작업인 만큼 내담자가 하는 말 중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는 질문이나 탐색을 통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단, 질문은 가급적 내담자의 말이 다 끝나고 나서 하도록 합니다. 질문을 하는 것은 내담자의 말을 보다 정확하고 깊게 이해하고, 이야기에서 생략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함이며, 관련 내용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생각을 하도록 자극하기 위함입니다.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문제를 담고 있는 실마리를 찾고, 내담자가 함축해 넣은 의미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주제를 더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맥락에 맞는 질문을 하는 동시에 내담자의 발언의 흐름을 깨지 않는 범위와 시점을 잘 포착해서 질문해야 합니다. 만약 질문으로 인해 주제에서 벗어났다면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내담자의 말과 내면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내담자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 즉시 질문하여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담자의 말속에 대명사가 여러 개이고 참조하는 명사도 여러 개인데 대명사가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내담자의 말을 따라갈 수 없을 때에는 나중에 질문하여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지금 즉시 재빨리 확인하고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야 합니다. 내담자가 추상적이고 이론적이고 모호가고 불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경우, 내담자의 말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거나 왜곡되어 있을 때, 내용상의 비약이 있거나 환상과 상상이 뒤섞여 있는 경우, 상담자는 내담자의 말의 내용을 알아듣기가 힘들지만 그에 대한 질문과 탐색은 대명사에 대한 질문처럼 당장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5. 발언의 요지를 요약하기
상담자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할은 내담자가 자신의 내적인 경험을 온전히 언어로 표현하여 드러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탐색과 문제 파악, 목표와 기법, 그리고 공감과 해석도 내담자의 말을 알아들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내담자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집중하고 경청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담자의 언어적 역량도 필요합니다. 내담자의 발언은 연습된 것이 아니며, 준비된 적도 없고, 원고나 각본도 없기 때문에 세련되지 못하고 산만하며 때로는 버벅거리기도 합니다. 내담자는 이해받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치부를 감추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생략을 많이 하고 모호하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내담자의 이야기를 알아듣는 것은 다른 어떤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큰 언어적 역량이 요구됩니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그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만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가게 되면 내담자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자꾸 헤집어지고 별로 도움이 되는 것이 없어 결국 상담을 회피하게 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발언을 이해했다면 자신이 이해한 것을 내담자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상담자가 정확하게 이해한 것인지 점검받을 뿐만 아니라 내담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상담자 혼자만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내담자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상담자가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는 것을 전달받게 되면 내담자는 자신이 수용되는 느낌과 지지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안정감을 찾아가게 되며,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며 점점 더 깊은 속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상담자가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내담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깊이 하기 어렵거나 하다가 막혀버리거나 목이 메이게 되고, 자기 자신을 이해받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다가 그래도 안되면 그 노력을 포기하고 상담에 오지 않게 됩니다. 누적된 이해가 모여 깊은 공감이 되고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발언의 요지를 전달할 때에 최대한 압축하여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하며, 내용상 일단락 지어지는 때에 그간 전개된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6. 치료적 개입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내담자의 통찰 수준을 확인하고 적절하고 필요한 치료적 개입을 해 나가야 합니다. 탐색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촉진하는 자극을 주거나 요약, 반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맥락에 적절한 치료적 개입을 적극적으로 해나갑니다. 상담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탐색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고, 내담자가 충분한 힘이 생기고 억누르고 외면하던 문제에 접근하여 의식 직전의 수준까지 올라온 것을 파악했다면 이를 지적하고 알려주고 해석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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