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심리상담 _ 구체화 작업과 탐색

1. 구체화 작업

내담자는 매 시간 문제를 가지고 옵니다. 초기 상담을 마무리하고 중기로 접어들면 내담자는 자신의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내담자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편향되거나 왜곡되어 있으며 부분적입니다. 내담자가 이야기한 내용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사건이 구체적인 수준에서 파악이 되어야 합니다. 구체화 작업은 건축으로 치면 기초공사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후에 이뤄질 치료 작업의 초석을 단단하게 다지는 작업입니다. 구체화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실제로 벌어진 사건의 실체를 구체적인 수준까지 규명하는 작업입니다. 

  내담자가 하는 이야기는 주관적인 경험이며 실제의 사건은 축약되어 숨어 있기 때문에 내담자의 주관적 경험과 보고하는 사건과 실제 사건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화란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의사소통상의 생략과 오해, 왜곡과 주관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원자료를 얻는 과정이며 내담자와 상담자 간에 언어를 일치시켜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규명해 나간다는 것은 내담자가 경험한 실제 사실과 사건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으로 상담자가 내담자를 깊이 공감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작업입니다. 구체화 작업이 탄탄하게 되어 있다면 공감적인 치유 작업도 해석도 가능해집니다. 이를 통해 변화해야 할 것은 바로 내담자의 지각체계와 사고체계이기 때문입니다.

 

2. 내담자의 방어수단

  내담자는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 보호하려 하며 자신을 방어하는 방향으로 실제 사건을 왜곡되고 편향되게 보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피하거나 외면하고 생략암으로써 내담자는 자신의 고통을 줄이고 자존심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내담자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덜 느끼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키거나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거나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모호하고 막연하게 묘사하고 의미를 얼버무리려고 합니다. 또한 관련된 인물과 시간, 장소, 빈도 등의 정보를 생략하며, 스트레스와 같은 포괄적 명사를 사용하여 문제 발생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외부에 전가시키기도 합니다.

 

3. 상담자의 역할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내담자의 설명에서 생략된 부분이나 모호한 내용을 규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상담자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면 내담자는 고통스럽지만 반면 상담자에게 자신이 정확하게 이해되어 속이 시원해지고 안심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평가받지 않고 수용되며 반영되면, 내담자는 외면하던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내담자가 사용하는 병명이나 정신병리를 지칭하는 단어들은 내담자의 구체적인 특성으로 규명되어야 합니다.

  구체화 탐색을 위해 실제 벌어진 구체적인 사건을 확인하고, 그 당시의 내담자의 내면의 흐름을 확인한 뒤, 자신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끌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통찰 수준이 높은 내담자는 불편의 원인을 내면에 두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규명하기보다는 내면을 탐색하는 질문에 더 많은 비중을 둡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담자 자신의 입을 통해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행동을 자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상담자는 내담자가 말하는 상황에 대해 구체화하는 질문을 통해 내담자가 스스로 어떻게 했는지 이끌어 내야 합니다.

 

4. 구체화 작업의 요령

상담자는 내담자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사건을 경험한 존재는 내담자이며 그 경험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존재도 오로지 내담자밖에 없으므로, 내담자가 협력하여 알려주지 않는 한 상담자는 결코 그 사건에 접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담자는 구체화 질문과 내면 탐색 질문을 듣고 그에 협력하여 수치스럽더라도 정보들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내담자의 상태와 고통을 배려하면서도 내담자와 손을 잡고 비판적이지 않는 ㅐ태도로 내담자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평가를 두려워하는 내담자의 마음을 수용하고 반영해 줌으로써 내담자로 하여금 상담자가 도덕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다는 것을 빨리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며, 생략하고 감추던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구체화 작업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상담자가 가장 역점을 둘 사항은 내담자가 이야기하는 주제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체화하는 질문은 내담자가 설명하는 내용을 보다 풍성하고 온전하게 전달받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야기의 흐름과 맥락에 맞게 던져진 개방적인 탐색적 질문은 그 이야기의 체험을 더욱 깊게 하고 생생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내담자가 하는 이야기의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맞지 않는 질문을 하거나 상담사의 욕구 충족을 위한 질문이나 사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질문, 또는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질문은 구체화 작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구체화하기 위한 질문은 개방형 질문을 사용합니다. 개방형 질문은 자발적인 표현의 여지를 극대화하므로 질문을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내담자 스스로도 이야기를 통해 정리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구체화하여 설명하도록 유도하고 자유재량을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질문할 때 가장 치유적인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생생한 경험의 실체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하여 내담자가 생략하고 일부만 이야기 하는 경우에 육하원칙의 수준을 사용하도록 하여 보다 생생한 전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담자가 민감하게 여기는 사항에 대해 강요하거나 말할 때까지 지나치게 침묵을 지킴으로써 무리하게 탐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항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으므로 무엇으로 인해 저항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고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감춰진 심경을 알아채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화 작업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는 정도가 너무 크면 감당하기 어려워 저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상태와 심정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공감적인 태도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성급하거나 무리하게 탐색하지 않도록 합니다. 내담자가 적극적으로 답변을 거부하는 경우 내담자의 의사를 존중하며 마음이 내킬 때 이야기 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의 탐색적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상담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구체화 작업으로 탐색적인 질문을 자주 하게 되면 내담자는 상담자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기꺼이 협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내담자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내담자의 언행을 탐색하고 불평하는 일의 발단과 자초지종을 파악합니다. 상대의 언행에 대한 반응이 어떠했는지 불편한 상황에서 내담자의 언행으로 시선을 돌려 관찰하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내담자 스스로 상황에 기여한 부분은 없는지 살피는 기회를 주고 변화의 책임과 주체가 바로 내담자 자신임을 인식하도록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5. 구체화 작업의 걸림돌

  구체화 작업을 통해 내담자의 정신병리나 왜곡의 정도, 통찰 정도 등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치료개입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모습을 점점 더 직면하게 되어 자신의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경험이나 인생경험이 부족한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삶의 여러 국면과 영역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며 또한 각 영역의 경험에 대한 생각이 충분히 분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문제가 구체화되는 것을 회피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상담자 자신의 언어 이해 및 언어 구사 능력이 부족하거나 대인관계 기술의 부족, 자신감의 부족, 전문 상담자로서의 정체성의 미확립,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감 부족 등 또한 구체화 작업의 걸림돌이 됩니다. 또한 상담자 자신의 문제가 더 커서 내담자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상담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